메뉴 건너뛰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불과 아궁이의 신, 화덕벼락장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1. 옛날 제주도 조천읍 와산리 어딘가


“큰딸년아, 내 뒤 귀썰매를 걷어보아라. 어쩐 일인지 귓등에 고랑니(이)가 끓는 듯 가렵구나.”

“어머님아, 귓등을 걷어보니 고랑니는 없고 귓밥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면 귓밥을 내어다오.”


큰 딸과 ‘검은 땅 밭’에서 밭을 매던 송씨 할매는 아침부터 귀가 자꾸만 가렵고 답답했다. 몸도 쑤시고 기운도 없고 날도 더운데 이놈의 귀까지 난리날 건 뭐람. 힘든 밭일을 잠시 쉴 겸해서 큰딸을 불러 귀를 파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딸은 나뭇가지를 꺾고 송씨 할매를 무릎에 눕힌 뒤 조심스레 귀를 파주었다. 송씨 할매는 나른해져 이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아야!”


송씨 할매가 버럭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큰 딸은 기겁했다. 실수로 귀청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가슴에서부터 짜증이 확 밀려 나온 송씨 할매는 욱한 마음에 큰 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이년 난 것! 저년 난 것! 도둑년 난 것! 지 애미 죽으라고 귀청을 쑤시는 년 어디 있겠느냐. 벼락맞을 년!”



그때였다. 송씨 할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쳐, 큰 딸이 벼락을 맞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너무 놀라 어안이 벙벙한 송씨 할매는 검게 타 죽은 큰 딸을 바라보다 이윽고 통곡하기 시작했다.

한 사내가 송씨 할매에게 다가와 물었다.


“아니, 왜 이렇게 서러이 통곡을 하오? 방금 벼락을 맞아 죽을 년이라 하지 않았소?”

“그게 어찌 진짜로 한 말이겠소. 내가 잠시 화가 나 그냥 내뱉은 말이오!”

“너무 섣불리 힘을 써버렸구나!”


사내는 아차! 싶었다. 그가 벼락 몽둥이를 휘둘러 딸을 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 사내의 이름은 화덕진군(火德眞君)이었다.


송씨 할매의 통곡은 14일 동안 멈추지 않았다. 이 통곡소리를 들은 옥황상제는 화덕장군의 벼락 몽둥이, 벼락, 벼락틀 등을 빼앗았고, 화덕진군은 땅 위에서 살게 되었다. 


벼락은 사라졌지만, 화덕진군이 가는 곳마다 줄불이 났다. 마을에 불이 마을 사람들은 불도당 제단을 마련하고 화덕진군에게 제를 지냈다. 그러자 더 이상 마을에 불이 나지 않았다.




#_2. 불과 아궁이의 신, 화덕벼락장군



화덕진군.jpg

<이미지 출처 : KOCCA 문화콘텐츠닷컴>



그리스 신화에서 불과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Hephaistos)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화덕진군이 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화덕진군, 화덕장군으로도 불리는 이 신은 불을 관장하는 신이다. 육지에서는 부엌의 아궁이를 포함해 모든 종류의 불을 관장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제주도에서는 불이 난 후 ‘불찍앗음’이라는 굿을 열어 허수아비를 작대기로 두들긴 후 멀리 내다 버린다고 한다. 허수아비가 바로 불을 낸 화덕진군을 상징한다.


특히 제주도에서 나타나는 이야기의 특징은 화덕진군이 잘못을 저지른 이에게 벼락을 쳐 징벌을 하는 형태까지 띄고 있다. 그러나 화덕진군은 벼락을 빼앗긴 후 불을 관장하는 신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인간의 문명발달과도 연관을 맺고 있다. 과거 벼락이 인간에게 큰 두려움을 주는 대상이었으나 인간들은 차츰 벼락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고, 불은 인간에게 여전히 중요하기에 숭배의 대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야기에 송씨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제주도에서 송씨들이 아니면 옹기를 구울 수 없고, 송씨들의 대장장이 솜씨가 독보적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덕수리에서는 농기구인 볏과 보습을 주로 만들었는데, 제를 지낼 때는 반드시 송씨가 초헌관이 되어서 제를 지냈다고 전해진다. 


제주도의 송씨들과 얽힌 불의 이야기와 화덕진군의 이야기가 얽혀 ‘벼락 맞아 죽을 년’이란 ‘욕설’의 유래가 되는 설화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참고자료
문화콘텐츠닷컴 <한국의 몬스터 - 화덕벼락장군>
네이버 지식백과 <화덕벼락장군>


?

Title
  1. 인간사 액운을 막아주는 지장아기

    #1. 동개남상주절의 깊은 밤으로부터   금슬 좋았던 남산국과 여산국 부부는 마흔이 넘도록 아이를 갖지 못했다. 그리하여 동쪽 산 너머 동개남상주절에 시주를 하고 부처님께 석 달 열흘을 빌어 드디어 딸을 얻게 된다. 그 아이의 이름을 지장이라 지었다.  ...
    By늘봄
    Read More
  2. 돌하르방의 권선징악, 녹핀영감

    #1 제주도 바람맞이 언덕 위에서 어느 추운 겨울 날, 가난한 나무꾼이 나무를 지고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옷은 여기저기 헤져 그의 살림살이를 짐작하게 했다. 그 때 나무꾼은 저 멀리 언덕 위에 서 있는 한 영감을 발견했다. “아니, 영감님. 이 추운 날 여...
    By늘봄
    Read More
  3. 만나지 말았어야 할 연인, 김현감호설화

    #1. 경상북도 경주시의 흥륜사에서 신라에 음력 이월이 되면 초여드렛날에서 보름날까지(8일~15일) 흥륜사의 전탑을 돌며 복을 비는 풍속이 있었다. 신라 원성왕 8년(792)사월 초파일에 일어난 일이다.  화랑 김현이 밤 깊이 전탑을 돌고 있었다. 더 시간이 ...
    By늘봄
    Read More
  4. 조광조의 안위를 물은 털사람

    #1. 옛 영남 함양 고을 위성관에서 어느 가을, 영남으로 안찰(按察)을 간 김모는 함양에 이르렀다. 손님을 맞은 향리는 술자리를 만들고 기생을 불러 대접하려 했으나, 이를 다 물리치고 홀로 방으로 돌아와 잠을 청하고 청했다. 덜컹. 밤이 깊은 시간 문이 ...
    By늘봄
    Read More
  5. 불과 아궁이의 신, 화덕벼락장군

    #1. 옛날 제주도 조천읍 와산리 어딘가 “큰딸년아, 내 뒤 귀썰매를 걷어보아라. 어쩐 일인지 귓등에 고랑니(이)가 끓는 듯 가렵구나.” “어머님아, 귓등을 걷어보니 고랑니는 없고 귓밥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면 귓밥을 내어다오.” 큰 딸과 ‘검은 땅 밭’에서 ...
    By늘봄
    Read More
  6. 늙은 여우의 심장을 쏜 거타지

    #1 서해 백령도의 어딘가에서 “아, 어찌 곡도(鵠島)에 홀로 남겨졌단 말인가!” 당(唐)나라 사신으로 가게 된 양패(良貝)를 따라 나선 게 엊그제 같은데, 육지에서 멀고 먼 서해 곡도에 홀로 남겨지게 되었다. 후회스러웠다. 차라리 따라 나서질 말걸. 가만히...
    By늘봄
    Read More
  7. 효자 호랑이 황팔도

    #_1. 옛날 어느 늦은 밤, 충남 보령 도화담 마을 즈음      밤이 깊어 깨어 있는 이 하나 없는 시간, 사내 하나가 마을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마을에서 이름난 효자였던 황씨는 어머니의 병을 고치기 위해 황구(黃狗)의 간을 구해 집으로 돌아오던 중이었다....
    By늘봄
    Read More
  8. 강남 숯내와 동방삭

    #_1. 먼 옛날, 지금의 ‘강남’ 어딘가 흐르는 냇물이 시커멓다. 뭔 일인가 싶어 가보니 한 청년이 숯을 씻고 있는 게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숯을 왜 물에 다 씻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 장면을 이상하게 여긴 사내는 청년에게 다가가 물었다. “...
    By늘봄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연재중

| 서울특별시 서초구 남부순환로333길56 | 발행처 : (주)모음플래닛 | DEO & 발행인: 김현청 | 편집장: 민정연
| 사업자번호: 501-86-00069 | 출판등록번호: 제 2015-000078호
| 편집실 전화: 02)585-0135 | 대표전화: 02)585-4444 | 기사제보: brown@moeum.kr | 운영/제휴/광고 문의: red@moeum.kr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