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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숯내와 동방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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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1. 먼 옛날, 지금의 ‘강남’ 어딘가


 흐르는 냇물이 시커멓다. 뭔 일인가 싶어 가보니 한 청년이 숯을 씻고 있는 게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숯을 왜 물에 다 씻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 장면을 이상하게 여긴 사내는 청년에게 다가가 물었다. 

 “여보시오. 게서 뭘 하고 있는 거요?”
 “보시다시피 숯을 씻고 있습니다.”
 “숯을 씻는 다고? 아니, 숯을 왜 씻고 있소?”
 “그야 물에 씻으면 검은 숯도 하얗게 변할까 싶어 그렇지요.”
 
 사내는 크게 웃었다. 숯을 하얗게 만들기 위해 냇물에 씻는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고, 청년의 어리석음이 안쓰러웠다. 

 “이보게. 숯은 냇물에 씻는다고 하얗게 변하지 않는다네. 그러니 그만두게나.”
 “냇물이 이렇게 깨끗한데, 숯이 혹시 하얗게 변할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내가 세상에 모르는 게 없고, 못 본 게 없다네. 하지만 평생 검은 숯을 닦아 하얗게 만든 경우는 보지 못했다네.”
 “저도 오래 살았다면 오래 살았고, 아는 걸로 치면 모르는 게 없습니다.”

 사내는 기가 막혔다. 새파란 청년의 당돌함을 달래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이가 얼마나 오래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나보다 오래 산 사람은 이승에 없을 걸세. 내 세상에 삼천갑자를 살아도 숯 씻는 것은 처음 본다는 말일세!”
 “이승에서 자네보다 오래 산 사람은 없을지 몰라도 저승에서는 그렇지 않다네. 동방삭.” 

 그 소리에 사내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청년인줄만 알았던 이의 외모가 순식간에 변했다. 온 몸은 화려한 갑옷에 둘러싸였고 눈은 부리부리한 게 온 몸이 찌릿찌릿해왔다. 그 청년은 저승에서 온 직부사자였다.  
  
 “무제의 궁에서 도망친다고 못 찾을 줄 알았나. 어서 가세. 옥황상제님이 기다리고 있네.” 
 “직부사자님, 나를 한 번만 놓아주면 안 되겠소.” 
 “삼천갑자쯤 살았으면 이승에 미련이 없을 때도 되지 않았나.” 
 “아이고. 내가 괜한 일에 참견을 했구나!”
 “자네 말대로 숯은 닦아도 깨끗해지지 않네. 정해진 명(命)을 어긴 죄가 엄하다네. 좋은 곳은 못가도 날 원망치 말게나.”

 
#_2. 강남 탄천과 동방삭설화


동방삭.jpg
<출처 - 위키백과>


김수현무거북이와두루미삼천갑자동방삭. 아이의 장수를 기원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름. 그 이름에 들어있는 바로 그 인물이다. 삼천갑자는 180,000년을 의미한다. 정말 오래 살기도 오래 살았다. 

동방삭(東方朔)은 실존 인물이기도 하다. 전한 무제 시기 태중대부(太中大夫)까지 지냈던 인물이다. 걸출한 외모, 익살스러운 언변과 거침없는 행동 때문에 동방삭은 생존할 당시부터 이미 무성한 소문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아마 그의 언변과 행동이 이러한 설화를 만들어 냈을지도 모르겠다. 

동방삭이 삼천갑자를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서왕모의 3천 년에 한 번 열린다는 반도(蟠桃)를 훔쳐 먹었기 때문이다. 이 반도를 먹은 이는 장생을 얻게 된다고 한다. 서유기에 이 반도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도 한다니, 꽤 유명한 복숭아임에는 틀림이 없겠다.  

동방삭이 저승사자의 꾀에 넘어간 곳이 ‘숯내’라고도 불리는 지금의 강남 탄천(炭川)이다. 한무제 시절의 인물이 어떻게 우리나라까지와 지명설화가 됐는지는 알 수 없다. 동방삭을 잡아 간 건 저승사자라 전해지거나 ‘마고’라 전해지기도 한다. 마고(麻姑)는 ‘마고할미’, ‘마고선녀’ 또는 ‘지모신(地母神)’이라고도 부르는 할머니 혹은 마고할망이라고도 한다. 주로 무속신앙에서 받들어지며, 전설에 나오는 신선 할머니를 가리킨다.


참고자료
네이버 지식백과 <도교의 신들 동방삭>, <도교의 신들 서왕모>
위키백과 <동방삭>, <마고>
문화콘텐츠닷컴 <동방삭-탄천>
강남구향토문화전자대전 <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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