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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이 유쾌해지는 이야기_ 농담農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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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러더군요.

왜 다른 것도 많은데,

하필 폼도 안 나고, 힘도 엄청 들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다가 주머니를 빵빵하게 만들어주지도 못하는!)

농촌에 관한 일을 하냐구요.


젊은 기획자라고 하면,

서울에서 활동하는 마케터라고 하면,

뭔가 더 있어보이고

더 특별한 일을 하는 데

재능과 열정을 전부 쏟기도

시간이 모자라지 않느냐구요.


하긴, 그렇긴 합니다.

몇 년 간을

기획자, 마케터라는 이름을 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농촌을 만나고 다녔지만

(지금와서 고백하자면)

'이걸 내가 하는 게 맞나...' 싶었던 적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습니다.

거 힘도 무지 들고,

사람 때문에 속상할 일도 많고 그렇더라구요.


그런데, 왜 계속 하고 있느냐? 물으신다면

전 그냥 이렇게 대답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냥, 제가 좋아서 합니다."


네, 좋아서 하는 겁니다.

'맞나?' 싶지만, '그냥 좋으니까 해야지.' 하는 그런 거.

거기다가 딱 하나 정도 더 이유를 붙인다면 이렇습니다.


"필요하시다고 하니까 합니다."


네, 필요하시다고 하니까 하는 겁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입니다! 제가 그걸 하겠습니다!' 이런 비장한 각오 같은 거 말구요.

그냥 농촌을 돌아다니다 보니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이 있어서 하는 겁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한다거나 우리나라의 산업의 근간을 지킨다거나 하는 

대의명분 같은 걸로 제가 농촌 일을 하고 있는 이유를 포장할 마음도 없고,

전 그럴만큼 대단한 인물도 못됩니다. 

그저 제가 좋아서, 필요하시다니 해온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아버지의 고향은 충청남도 청양입니다.

거기서도 소위 '깡촌'이라고 하는 화성면 농암리에 친가가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농부입니다.

평생 할머니와 함께 논을 메고, 밭을 일구며 사셨습니다.

어릴 적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지요.) 다닐 때

부모님은 여름방학만 되면 절 시골집에 내려 보내셨습니다. 

그러면 방학 끝나기 한 주 전까지 내내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지내야 했지요.

당시 또래들이 저처럼 방학만 되면 시골집에 내려와 있었던 까닭에

심심하거나 그러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서울에서 겪어보지 않은 것들을 보고, 듣고, 즐길 수 있었지요.

동네 우물가에 쏙 들어가 머리만 내밀고 있어보기도 하고,

메뚜기나 개구리를 잡아보기도 하고,

어느 날인가는 뒷산 대나무밭 속에 비밀기지를 만들어서 하루종일 논 적도 있습니다.

5일장이 서는 날, 할머니 손을 붙잡고 엄청 오래 걸어서 장엘 갔던 기억도 납니다.

할머니는 울음보가 터지기 직전인 제 손에 깡깡 언 오렌지맛 쥬스를 쥐어주셨습니다. (요구르트랑 같은 재질의 포장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정체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농촌을 좋아하는 건 아마 그때의 그 좋은 기억들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농촌이 좋으니까,

농촌 일 하는 것이 즐거우니까 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어르신들이 도와달라고 하시니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계속 하다보니,

한 가지 소망이 생겨버렸습니다.


'농촌이 좀 더 행복한 곳이었으면 좋겠다.'


네, 전 진심으로

우리 농촌이 지금보다 더 행복한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보다 더 활기차고 멋진 곳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적어도 제가 돌아다녀본 농촌 마을들은

분명히 그렇게 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고,

만나본 분들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열정도 갖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전 감히

더 신나고

더 기분 좋은 그런 농촌을

꿈꿔보기로 했습니다.






이제부터 농담(농담農談: 농촌이야기)을 해보려 합니다.


뜨내기 얼뜨기에 불과했던 제가

그래도 경험이 산지식이라고

여기저기 다니며 많은 것을 보고 들은 까닭에

농촌진흥청과 지역의 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 마을의 부름을 받는

농촌과 지역, 마을 전문 마케터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순전히

농촌에서 만나뵈었던 많은 선생님들의 귀한 말씀과

제게 내주신 숙제들 덕분입니다.


조금이나마 그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칼럼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기획자의 시선으로, 마케터의 관점으로,

한 명의 소비자, 젊은 여행가의 마음으로

농촌에게 필요한, 농촌이 할 수 있는 이야기農談들을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거나

어렵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농담弄談이라는 단어가 주는 가벼움과 유쾌함을 담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농촌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부디 이 칼럼을 통해

농촌에 계시는 분들과

농촌의 현재와 미래가 되는 분들,

그리고 농촌에서 나는 것들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 모두

행복한 농촌을 함께 꿈꿔주셨으면 합니다.


"그냥 농촌이 좋아서요."

하며 말입니다.




농담은 매주 목요일 밤에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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