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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청의 한류지르잡기_11] 팬덤의 역사를 바꾸어가는 ‘팬덤 이상의 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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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불매운동’ ‘신문 광고’ 등 입체적 지원 활동 
 
JYJ가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을 헤쳐 내며 시련을 견뎌낼 수 있는 데에는 새로운 팬덤문화를 창출하며 이끌어가는 팬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SM 제품 불매운동’ ‘불공정계약 철폐 거리서명운동’ ‘법원 탄원’ ‘인권위 진정’ ‘공정위 신고’ ‘신문 및 지하철, 버스 광고’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숱한 활동을 통해 이들은 JYJ가 모진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도록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었다. 
불공정계약의 강제성과 일방적 계약관계에 반대하며 ‘팬덤 이상의 팬덤’ 역할을 해 낸 이들의 발걸음은 그만큼 역동적이고 서사적이다. 팬들은 소송이 제기된 이후 소속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적용된 불공정계약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SM의 불합리한 행태를 비판하고 사회적 영역으로 이끌어내 압박을 가했다.
JYJ가 한국 연예계의 가부장적이고 봉건적인 불공정계약의 장막을 걷어내기 위한 전진을 시작했다면, 그들의 팬은 JYJ가 닫힌 문을 열고 장벽을 무너뜨리며 진군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였다. 
JYJ가 광야에서 모질고 시린 바람을 맞으며 거대 연예기획사와 방송사 등 ‘권력’과 맞서 싸울 때, 팬들은 흔들리지 않는 견고하고 탄탄한 믿음으로 이들에 대응하는 ‘세력’이 되어주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팬덤의 역사를 바꾸었다’는 후한 평가가 아깝지 않다.
JYJ가 법원으로부터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잇따른 승소를 얻으며 종속적 계약의 족쇄를 풀 수 있었던 데에는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그 의미를 확대해 평가한다면 JYJ의 승리는 팬덤의 승리로 조명 받을 만하다.
 
 
‘권력’에 맞선 ‘세력’이 되어 주다
 
2009년 7월 31일, 세 멤버가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하자 팬들은 장외로 나섰다. 하지만 이들의 지원활동은 이전의 아이돌그룹 팬클럽이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소속사를 상대로 감정적 집단행동을 벌이기보다 시민사회에 동방신기 노예계약의 불합리함을 알리는 등 이성적이고 신중하게 대처했다.
그해 8월 14일 문화연대가 주최한 ‘동방신기 사태를 통해 본 연예매니지먼트 시스템의 문제와 대안 모색’이라는 주제의 긴급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김은아 씨는 “팬들이 집계한 스케줄표를 보면 데뷔 후 동방신기가 소화한 스케줄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동방신기 사태를 밥그릇 싸움으로 바라보지 말고 인권의 문제로 바라봐 달라.”고 호소했다.
팬들은 이어 거리로 나갔다. 8월 26일부터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 서명운동을 통해 약 18만8000명의 시민들이 불공정계약의 강제성과 일방적 계약관계에 반대하는 지지서명에 동참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그러나 거리서명운동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팬들이 정체모를 괴한으로부터 서명용지를 빼앗기고 훼손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빚어지기도 했다. 당시 강남과 명동, 홍대입구 등 서울 시내 일원에서 서명운동을 하던 팬들에게 신원을 알 수 없는 일단의 청년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서명용지를 수거하고 가방을 뒤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사건의 배후는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았다. 
팬들은 사태가 일어난 직후부터 ‘SM Ent. 불매운동 안내’라는 공지문을 띄우며 SM엔터테인먼트가 발매한 모든 앨범과 화보집, DVD, 음원서비스 등에 대한 불매운동을 펼쳤다. 이들은 A4용지 3장 분량의 공지문에서 동방신기 전속계약 조항의 부당성 등 불매운동에 돌입하는 사유와 구체적인 불매 품목 등을 적시해 응집력을 키웠다. 
이와 함께 전속계약서의 반사회적인 면을 일반 대중에게 알리고, 동방신기에게 정당한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일간지에 광고를 게재했으며,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는 제약에 시달리자 지하철역과 버스에 광고를 내 방송사의 편파적이고 부당한 처사를 시민들에게 알렸다. 
국가기관을 향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우선 가처분신청을 배당 받은 재판부에 ‘SM 불공정계약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계약이행이 청소년이었던 동방신기에게 전적으로 불리하게 진행되어왔다는 것을 증언하기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더 이상 아티스트들이 약자의 위치에서 맺어진 계약서가 족쇄가 되어 인권이 유린되는 일이 없게 해 달라.”는 호소가 담겼다.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은 이들은 “연예인 전속계약은 일반적으로 사물이 매매나 도급 등의 대상이 되는 계약과 달리 사람의 재능과 노동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행위로서 우선적으로 인간이 가지는 당연한 기본적인 권리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해야 함을 인권위원회가 인지하고, 전속계약서에서 인권의 침해가능 조항이 배제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달라.”며 진정서를 접수하기도 했다.
그즈음에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방문해 “SM엔터테인먼트가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동방신기와 불공정거래를 했다.”며 전속계약이행 불공정거래에 따른 신고서를 제출하고, 관련 조치를 요청했다.
 
 
 
콘서트 일방 취소에 “입장료 10% 추가 환불” 결정
 
특히 2009년 8월 예정되었던 ‘SM TOWN LIVE 09’ 콘서트가 일방적으로 무기한 연기되자 이에 항의하며 소비자원에 피해구제신청서를 제출해 7개월이 넘는 조정 끝에 입장료의 10%를 배상해야한다는 결정을 이끌어내는 등 뚜렷한 결실을 얻기도 했다. 
팬들은 당시 “SM엔터테인먼트 측이 동방신기 세 멤버들의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관계없이 공연을 개최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동방신기 소송 문제로 이 상태로는 소속 가수 간 단합된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는 이유로 공연 일주일 전 돌연 콘서트를 무기한 연기했다.”며 이는 “티켓을 구입한 소비자들에 대한 기초적 배려도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6월 이 콘서트를 무기한 연기한 뒤 티켓 값만 환불한 콘서트 제작사에 대해 입장료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이러한 노력은 단순한 배상의 문제를 넘어 기업의 횡포에 당할 수밖에 없는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 찾기로 받아들여지는 등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비단 국내에서만 일어나지 않았다. 세계 40여 개국의 팬들은 사건 발생 초기부터 유투브에 연일 세 멤버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제작해 올렸으며, 나라와 지역을 넘어 이를 공유했다.  
일본 팬클럽 ‘비기스트’는 1000개의 응원메시지를 모아 변치 않는 사랑을 보여주었으며, 미국, 중국, 프랑스 등 세계 10개국에서 JYJ의 권리 보호와 승인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특히 대만의 팬들은 지난해 5월 한국의 종합 일간지에 SM과 동방신기의 계약이 부당하다는 주장이 담긴 광고를 실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13년 장기계약과 천문학적인 위약금, 아시아 최고 그룹이지만 대만 일반 연예인보다 적은 수입. 자신들의 소득 관련 문서 열람권조차 없는 약자. 6년간 그들 위에서 군림하신 것으론 만족이 안 되나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한국·일본·대만·홍콩·중국 등 전 세계 동방신기 팬, 우리는 같은 신념을 가진 하나의 가족입니다. 억지 주장으로 우리를 분열시키려고 하지 마세요.”라고 SM을 비판했다.  
올 1월 말에는 재미교포 팬들이 현지 일간지에 ‘당신의 청춘을 응원합니다’라는 카피의 전면광고를 게재했으며, 일본 팬들은 현지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JYJ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2월 26일 도쿄, 삿포로, 나고야,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 주요도시의 중심가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한 영상메시지를 띄워 힘을 싣기도 했다. 
진화하는 팬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JYJ 팬의 활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KBS의 의도적 JYJ 출연 보이콧 행위에 대항해 ‘편파적인 태도로 JYJ의 자유로이 활동할 권리와 시청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방송사에 대한 서명 및 공동 신고’를 진행하고 있다. 
JYJ 팬덤이 이러한 발걸음은 팬들이 더 이상 연예기획사가 내놓은 ‘상품’을 일방적으로 동경하며 소비만하는 수동적 대상이 아닌,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체제에는 과감히 저항하고 견제하며 권리와 주권을 행사하는 능동적 주체로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시킨다. 
언젠가 공정위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관계자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문제해결을 위해 팬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어떠세요?” 
“응당 국가기관이나 저희들이 해야 할 일인데 팬들이 나서 이렇게 문제제기를 해 주시니 오히려 저희들 입장에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죠.” 
그의 엷은 미소에 그리 싫지 않은 표정이 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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